[앵커]
‘민물가마우지’가 전국적인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분명 겨울 ‘철새’인데도 텃새인양 떠나질 않는데요.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배설물은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이혜주 기자입니다.
[기자]
저는 지금 충남에 있는 아산호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어민들이 조업을 시작하는 새벽 6시인데요.
5년 전 이맘때만 해도 30kg짜리 한 박스를 가득 채울 만큼 물고기가 잡혔는데 요새는 1/4도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가 뭔지 조업현장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배를 타고 나간 지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보이는 고깃배 한 척.
물고기 통 3개 중 2개는 텅 비었습니다.
[현장음]
"(오늘 좀 많이 좀 나왔어요?) 조황이 별로예요.
양이 별로 안 나오네."
다른 어민도 허탕 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 위의 대식가 민물가마우지 때문입니다.
[김진달 / 어민]
"(물고기 얼마나 먹어요?) 이런 거 그냥 들어가요. 이 정도는 입에 그냥 다 들어가요. 이 정도 크기는 입으로 다 들어간다고 보면 돼."
이 지역엔 5년 전 처음 출몰한 이후 봄 산란기 때마다 개체 수를 늘렸습니다.
[김진달 / 어민]
"가마우지 오고서는 많이 안 나와요. (가마우지는 얼마나 자주 나타나요?) 가마우지? 어휴, 어마어마해요. 수백 마리 될 거예요."
몸길이 80cm 정도의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최대 850g까지 먹어치우는데, 스무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 모여 살다 보니 인근 어장은 초토화됩니다.
버드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춘천 의암호입니다.
버드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이 말라죽었고, 10개 넘는 가마우지 둥지가 자리 잡았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강촌의 작은 섬도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현장음]
"(저거 다 둥지예요? 저거 다 가마우지예요?) 저거 다 가마우지야."
산성이 강한 가마우지 배설물이 나무를 말라죽게 만든 겁니다.
배를 타고 가마우지가 서식하는 섬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둥지가 떨어져 있고 주위 나무들은 죽어있습니다.
곳곳에 배설물이 잔뜩 덮여 있어서 냄새도 지독합니다.
[반상교/ 남면 어업계장]
"풀숲이 풀까지 다 녹아버리고 있어요. 영토가 다 망가지는 거예요."
가마우지는 겨울 철새였지만,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며 텃새화됐습니다.
20년 전 김포에서 200여 마리가 발견됐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6천여 마리로 늘었습니다.
[현장음]
"저기 날아오잖아요. 가마우지가. (오, 그러네요.)
자기 집에 누가 왔나 하고 와서 경계를 하는 거야."
환경과 어민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민물가마우지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강민수 / 강원 원주시 환경행정팀장]
"환경부에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 돼 있어서 저희가 인위적으로 포획을 한다든지 그런 활동은 할 수가 없거든요."
환경부는 지자체에 묵은 둥지를 없애고 천적 모형을 설치하라고 권고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상교 / 남면 어업계장]
"여기도 망가지면 딴 데를 이동을 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데 서식을 한다고요. 그러면 새끼를 까면 점점 늘 수밖에 없어요."
처음엔 주로 중국에서 날아와 지금은 남의 집 안방을 차지해버린 민물가마우지.
매번 쫓아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입니다.
현장카메라 이혜주입니다.
영상취재 홍승택
영상편집 김문영
이혜주 기자 plz@donga.com